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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일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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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자동화된 자동차 생산라인에는 일본인의 지혜와 기술력이 결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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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선진국의 일본인

제2차 세계대전후, 공업선진국으로서 놀랄만한 성장을 이룬 일본. 세계가 주목한 수많은 기술을 낳는 배경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그 비밀을 찾다 보면, 일본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글●아이다 유타카(相田 洋) (게이오대학 환경정보학부 교수) 

 

배기량 1000cc의 일본차가 미국의 도로를 처음으로 달렸을 때, 운전자가 액셀을 힘껏 밟아도 스피드가 오르지 않고,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들의 흐름을 탈 수 없었다. 엔진에서는 말할 수 없이 큰 소음이 났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대화조차도 외쳐야 할 정도였다. 겨우 고속도로의 흐름을 타고 나면, 이번에는 핸들이 덜덜거리며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핸들의 흔들림은 점점 심해지고, 이윽고 핸들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차체가 흔들리고, 갑자기 운전자의 시야가 막혔다. 심한 진동으로 본넷의 훅이 벗겨져, 자동차의 프론트 글래스를 덮고 만 것이다. 엔진과 차체가 함께 진동하며 일어나는「차체떨림 현상」이라는 공포의 현상이었다.

 

적은 배기량으로 최대한의 파워를 내기 위해서는 엔진을 고속으로 회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고속으로 회전시키면 소음이 심해지고 대형차와 같이 공간에 여유가 있으면 실내를 방음재로 싸버리면 되겠지만, 소형차는 그렇지도 못하다. 고속에서도 조용한 엔진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공진(共振)을 일으키지 않는 차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일본인 기술자는 착실히 실험을 반복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대형차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소형차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일에 종사한 기술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한 말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들의 성공은“다다미 넉장 반 크기의 정신”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소형차 개발에서는 획기적인 개발이 하나 이루어졌다고 해서, 개발이 전부 이루어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작은 문제라도 하나하나 착실히 해결하고 그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요. 일본인은 다다미 넉장 반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철저하게 이용함으로써 쾌적한 생활을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들은 “대형차 수준의 승차감을 실현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이것에 저해되는 요인을 인내심을 갖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감으로써 지금의 결과에 이르렀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관한 취재를 했을 때에도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전 생산량에 대한 우량품의 비율을「합격품률」이라고 하는데, 일본 공장은 어디에서도「합격품률100%」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불량품을 제로로 하자는 것이다. 구미의 공장에서는 「합격품률은 일정한 범위에 있으면 된다」고 여겨져 왔다. 몇 백 개씩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반도체 칩의 양산 라인에서 1개의 불량품도 내지 않겠다는 것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 신의 영역이라고 그들은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기술진은 그 신의 영역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그 이유를 어느 기술자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아주 간단하게「니노미야 손토쿠(二宮尊德)의 독농정신(篤農精神)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벼농사는 논에 손길을 주는 정도에 따라 수확량이 많아진다. 그러므로 벼농사를 생활의 중심으로 해 온 일본인은 오래 전부터 독농(篤農)이야말로 당연한 서민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 가치관은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기술의 공장에서도 뿌리깊게 이어져가고 있어 끝없는 합격품률 경쟁은 그런 이유라고 말해 주었다. 일본 반도체 메모리가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압도적으로 높은 합격품률에 있다.

 

그러나 벼농사는 한편으로는 공동체 구성원에게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100가구의 마을에서 1가구만이라도 해충구제를 하지 않는 농가가 있으면, 99가구의 노력을 헛되게 한다. 구제를 소홀히 한 논에서 발생한 벌레가 구제가 끝난 논에도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경사회에서는 집단의 의향에 어긋나는 개인의 의견을 채택하지는 않는다. 이런 습관이 신제품 개발에서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하는 정열이 부족한 것이다.「나의 아이디어로, 나의 정열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만들어 내고 거기서 얻어지는 이익은 전부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상식인 구미 기술자의 정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우리들이 넘지 않으면 안될 과제는 전통적인 집단 독농주의를 이어가면서 개개인의 발상을 충분히 살려내는 사회풍토를 만들어 가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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