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가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일대 전자상가거리가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대공습을 당해 허허벌판이 되어버린 도쿄에서는 전후 각처에 암시장이 생겼다. 암시장은 주로 교통편이 좋은 곳에 생겨났지만 국철(현재의 JR)인 소부센(總武線)과 야마노테센(山手線)이 교차하는 아키하바라역 주변에는 주로 라디오부품과 전기공사재료를 파는 노점상이 모였다. 1951년 노점상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서 노점상들이 아키하바라역 국철고가 밑으로 이전해 상점을 열기 시작한 것이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의 시작이라고 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 국민생활이 향상되면서, 흑백TV, 세탁기, 냉장고가 비약적으로 보급되고 이 후에는 컬러TV, 에어컨, 스테레오 등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아키하바라는 발전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아키하바라는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최첨단 전자제품이 모인 전자상가로 전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80년대 말경부터 수도권 교외에 저렴한 대형할인판매점에 손님을 빼앗기게 되면서 고난의 시기를 맞이한다. 이 때 나타난 구세주가 퍼스널컴퓨터였다. 94년에는 PC관련제품의 매상이 가전제품의 매상을 상회하면서, 아키하바라는 PC거리로 변모해갔다. 이와 함께, 손님층은 가족동반 층에서 전문상품을 구하는 매니어들로 변했다고 한다.
JR아키하바라역 바로 옆, 소부센 철도고가 아래에 4층 건물이 있다. 전후부터 아키하바라의 발전을 이끌어 온
라디오센터, 라디오스토어다. 지금도 옛날 노점상을 연상케 하는 작은 상점들이 통로양측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고, 상점에는 전기부품과 케이블 등
매니어들의 입맛에 맞춘 상품들이 비좁게 줄지어 있다. 커넥터에서 방범용카메라까지 취급하는 미마츠음향의 야마모토 소우지(山本莊司)씨는「손님들과의
거리감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밀접한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점크기와 넓이가 제일 좋습니다. 모르는 것은 묻기도 하고 손님이 납득한
후에 사길 바라지요. 우리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니까요」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아키하바라상인들의 상인정신이 이 곳에는 살아있다.
역
주변에는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상점이 모여있다. 특히 역에서 가까운 츄오토오리 주변에는 대형가전전문점, 대형컴퓨터전문점,
면세점 등이 나란히 들어서 있고 일반손님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상품들은 이 일대에서 거의 구할 수 있다.
아키하바라의 매력은 대형상점만이 아니다. 츄오토오리 서쪽 우라토오리에는 중간규모의 컴퓨터전문점, CD, DVD 등 미디어전문점, 중고전문점, 게임소프트웨어전문점 등 다양한 전문점들이 들어서 있다. 점포 앞에 놓여진 수 많은 상자들 주변에는 싸고 좋은 물건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주말쯤 되면 노상에 테이블을 펼치고 물건을 파는 노점상까지 등장한다.
전기기구전문점, 컴퓨터전문점이 주류인 아키하바라이지만 최근 6-7년 사이에 거리의 모습이 크게 변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역전의 라디오회관은 원래 가전, 오디오, 컴퓨터전문점으로 가득했지만, 98년 이후 애니메이션 인형,만화그림카드, 만화책, 애니메이션, 게임관련 상점들이 들어서고 요즘은 상점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